이사
얼마 전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받았다. 평소 모르는 번호는 안 받는데 일에 집중이 안 되던 차에 쉴 핑계로 받았다. 전화 상대는 집주인 공인중개사. 집주인이 집을 팔 계획이라고 전했다. 곧 이 집에서 나가야 하겠구나.
I picked up a call from an unknown number a few weeks ago. I only picked it up to take a break from pretending to be productive. It was a call from my landlord’s agent. They want to sell the place. We would need to move out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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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년 봄 끝 무렵 즈음에 더 큰 집으로 이사 갈 계획이었다. 애초 시세에 비해 싸게 구한 후에 그동안 세를 올리지 않아서 고마운 집이었다. 덕분에 넉넉지 못한 학생 형편에 5년 이상 잘 지냈다. 내년이면 일을 시작해서 봄이면 우리 부부가 원하는 크기의 집으로 갈 수 있는 여유도 될 듯했다. 그런데 원하지 않게 더 일찍 나가야 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계획하던 모습이 우습게 느껴졌다.
Before the call, my wife and I had another plan. It’s been 5 years since we found the current place at a relatively cheap rent price. Thankfully, the landlord kept the rent the same during these 5 years. Our plan was to stay until the end of next spring. I would start working in the new year; we would save some cash until the end of the spring; we would move to a bigger place close to school. We now had to move out sooner. Our plan now seemed foolish.
연락을 받고 마음이 급해졌다. 이사 갈만한 집들은 있을까?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갖춘 집은 지금보다 꽤 많이 비쌀텐데. 몇 달 앞당겨진 시간이 부담으로 느껴졌다.
Immediately, I felt anxious. Can we find a suitable place? Can we afford to move now? This was too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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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팔기 위해 집안 사진을 찍어야 했다. 덕분에 집안 정리를 꼼꼼히했다. 벽에 밀쳐놓았던 식탁을 천장등 가운데에 맞춰 옮기고, 툭하면 물건이 쌓이던 2인용 의자를 싼가격에 팔고, 화분들을 모아 두었다. 집이 깔끔해지고 더 넓어진 느낌이었다. 급해졌던 마음이 조금 진정이 되었다.
The agent needed to take photos of the unit. It provided an excuse to reorganize our home. We centred our dining table — which had been pushed against a wall — under a ceiling light; we sold the loveseat in the living room where we had often sat backpacks and clothes; we reorganized out plants. Our home looked clean and bigger than before. I felt calmer.
집이 팔리고 최소 두 달까지는 더 지내다 나갈 수 있다. 원래 계획했던 기간보다 조금 빨리 이사가게 된 것일뿐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이 집에서 보낼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다. 덕분에 학생 신분을 편안한 집에서 보냈다.
We will still have a couple of months after the unit is sold. We may move a littler earlier our original plan, but we have time. Really, I am lucky that I was able to spend my late student life in a comfortable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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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느린가 불안했다. 마음을 정리하고 차근차근 생각해 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무엇이든 그럴 것이다.
I was worried that I was moving too slow. There was no need. I only had to clear my mind like all things.